얼마 전에 동료가 점심시간에 '이 종목 PER이 5밖에 안 돼, 완전 저평가야'라고 하길래 덜컥 관심이 갔어요. 근데 막상 PER이 왜 낮은지, 그게 진짜 좋은 건지 제대로 설명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날 저녁에 퇴근하고 유튜브를 뒤지다가 신화 기자님의 가치투자 지표 영상을 보게 됐는데, 그동안 대충 알고 있던 개념들이 꽤 명확하게 정리됐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제 경험도 섞어서 정리해보려고 해요.
가치투자의 출발점: 주가와 기업 가치의 괴리
가치투자라는 건 결국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낮을 때 사서, 시장이 그 가치를 인정해줄 때 파는 방식이에요. 말은 참 쉽죠. 근데 저도 작년에 재무제표 한번 안 보고 커뮤니티 추천만 믿고 중소형주 하나 샀다가 -30% 넘게 물린 적이 있어요. 석 달 동안 증권 앱 자체를 안 열었습니다, 솔직히. 그때 뼈저리게 느낀 게, 주가가 싸 보이는 것과 진짜 저평가된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재무제표의 숫자들로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지표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ROE가 높으면 무조건 좋은 기업일까
ROE, 자기자본이익률은 회사가 자기 돈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예요. ROE가 10%라면 자본금 1,000만 원으로 100만 원을 벌었다는 뜻이니까, 높을수록 돈을 잘 굴리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죠. 근데 여기서 함정이 있더라고요. 당기순이익에는 부동산 매각 같은 일회성 수익도 포함되거든요. 그러니까 본업이 아니라 건물 하나 팔아서 ROE가 확 올라간 기업을 보고 '수익성 좋다'고 판단하면 큰일 나는 거예요. 또 자기자본이 줄어도 ROE는 올라가니까, 빚을 많이 낸 기업이 ROE가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ROE 하나만 보면 안 되고, 반드시 다른 지표들과 같이 봐야 한다는 게 핵심이에요.
PER로 적정 주가 가늠하는 방법
PER은 주가수익비율인데, 쉽게 말하면 이 회사가 버는 돈 대비 주가가 비싼지 싼지를 보는 거예요. PER이 낮으면 이익 대비 주가가 저렴하다는 뜻이고, 높으면 비싸다는 뜻이죠. 여기서 EPS, 즉 주당순이익이 같이 등장하는데, PER에 EPS를 곱하면 적정 주가를 대략 계산해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공감한 부분은 PER을 볼 때 같은 업종끼리 비교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바이오주는 원래 PER이 높게 형성되고, 대기업 우량주는 낮은 편이니까 절대적인 숫자로만 판단하면 엉뚱한 결론이 나올 수 있거든요. 그리고 지난 실적 기반 PER보다 1년 후 예상 실적 기반의 PER을 보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기억해둘 만합니다.
제가 예전에 PER 7짜리 종목을 발견하고 '이건 무조건 저평가다' 싶어서 샀는데, 그게 바로 밸류 트랩이었어요. 업종 자체가 구조적으로 하락세인 데다 대주주 리스크까지 있는 기업이었거든요. PER이 낮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PBR: 주가의 바닥을 가늠하는 기준
PBR은 주가순자산비율로, 회사가 가진 자산 대비 주가가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줘요. PBR이 1이면 회사 자산을 다 팔았을 때 투자금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고, 1 미만이면 자산가치보다 주가가 더 싸다는 의미죠. 그래서 주가가 하락할 때 바닥이 어디쯤인지 가늠하는 데 유용하다고 합니다. 다만 PBR의 약점은 감가상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건데요. 공장 설비가 노후해도 장부상으로는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잡혀 있을 수 있어서, 실제 자산가치와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거예요.
지표만 믿으면 안 되는 현실적 이유
솔직히 이런 지표들을 공부하고 나면 만능 도구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해요. 근데 현실은 좀 다르더라고요. ROE가 높고 PER이 낮고 PBR도 적정한 기업을 찾았다고 해서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 건 아니거든요. 시장 심리, 글로벌 경제 상황, 금리 변동 같은 외부 변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타이밍이 안 맞으면 한참 횡보하거나 오히려 더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관이나 외국인처럼 정밀한 예상 실적 데이터를 갖기가 어렵잖아요. 증권사 리포트를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100% 맞는 게 아니니까, 결국 이 지표들은 부실 기업을 걸러내는 거름망 정도로 생각하는 게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가족 모임에서 '요즘 주식 공부 좀 하고 있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그래서 얼마 벌었냐'고 하시더라고요. 뭐라고 대답을 못 했습니다. 아직 큰 수익을 낸 건 아니지만, 예전처럼 남 말만 듣고 덜컥 사는 대신 직접 PER이랑 PBR 확인하고 ROE 추이를 보는 습관이 생긴 것만으로도 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혼자 공부하고 혼자 판단해서, 나중에 결과가 어떻든 납득할 수 있는 투자를 해보려고요. 소중한 돈이니까, 최소한 기본적인 거름망은 갖추고 시작하자는 게 요즘 제 다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