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2024년 말에 은 관련 ETF를 소액으로 매수해놓고 거의 잊고 살았어요. 그러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습관적으로 증권 앱을 열었는데 수익률이 세 자릿수를 찍고 있더라고요. 처음엔 버그인 줄 알고 앱을 껐다 켰는데 진짜였습니다. 은값이 온스당 100달러를 넘었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었고, 월가에서는 이게 시작일 뿐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서 정신없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오늘은 그 과정에서 정리한 내용을 나눠보려 합니다.
은값 100달러 돌파, 왜 지금인가
뉴스에서는 달러 약세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유로 꼽지만, 진짜 구조적인 변화는 은이라는 금속의 '신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금 못 사는 사람이 대신 사는 '가난한 자의 금' 취급이었잖아요. 근데 지금은 반도체, AI, 태양광, 차세대 배터리까지 미래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전략 금속으로 재평가받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세계 평화 지수 보고서를 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분쟁 관련 비용이 약 19조 9,70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건 글로벌 GDP의 11.6%나 되는 규모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불안해지니까 사람들이 종이 화폐 대신 실물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닌가 싶어요. 저도 예전에는 '은이 뭐 얼마나 오르겠어' 하는 쪽이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중국의 은 수출 통제가 만든 공급 쇼크
올해 1월 중국 정부가 은 수출 통제를 발표했는데, 이게 시장에 미친 충격이 상당합니다. 전 세계 은 제련 용량의 60~7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니까, 사실상 사막 한가운데 유일한 우물 주인이 문을 잠근 격이에요. 여기에 은의 특성상 전체 생산량의 70% 이상이 구리나 아연을 캐다가 부산물로 나오는 구조라서, 은값이 아무리 올라도 공급을 마음대로 늘릴 수가 없다고 합니다. 경제 용어로 '공급의 비탄력성'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감자튀김이 먹고 싶다고 배 안 고픈데 햄버거 세트를 수백 개 시킬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원리래요. 실제로 상하이 시장과 런던 시장의 은 가격이 따로 노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공급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전고체 배터리와 AI가 만드는 수요 폭발
공급이 막힌 상황에서 수요 쪽은 오히려 폭발하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게 삼성 SDI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에요. 기존 전기차에 들어가는 은이 차량 한 대당 20~50g 수준이었는데,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100kWh 배터리 팩 하나에 무려 1kg의 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단순 계산으로 20~50배가 늘어나는 셈이죠. 전 세계 전기차의 1%만 전고체로 전환돼도 연간 수천 톤의 은이 추가로 필요한데, 지금 전 세계 광산의 연간 은 생산량이 약 26,000톤 정도라고 하니 감이 오시나요.
태양광도 마찬가지예요. 기술이 발전하면 은을 덜 쓸 줄 알았는데, 효율을 높이려면 오히려 더 많은 은이 필요한 '기술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고,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인프라 확충까지 겹치면서 전기가 흐르는 모든 곳에서 은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저도 작년에 동료한테 '은이 산업 금속으로 재평가받을 거다'라고 얘기했다가 '또 테마주 얘기냐'는 반응을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때 좀 더 확신을 가질 걸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금은 비율과 월가의 가격 전망
월가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보는 지표가 금은 비율인데, 역사적 평균이 대략 60대 1이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까지 이 비율이 80~100까지 갔었다는 건 은이 금 대비 심하게 저평가됐었다는 뜻이에요. 가격 전망을 보면 코인코덱스 같은 알고리즘 모델이나 로버트 기요사키는 200~240달러까지 보고 있고, 시티 그룹이나 골드만삭스 같은 전통 금융사들은 110~120달러 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뉴욕 상품 거래소의 등록 재고가 2020년 대비 70%나 줄었다는 점, 그리고 실물 인도를 요구하는 이른바 '볼트 런' 조짐이 보인다는 점도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히고 있어요. 경기가 좋으면 산업 수요로, 경기가 나빠지면 안전 자산 수요로 양쪽 모두에서 지지를 받는 이중성이 은의 강점이라는 분석이 많더라고요.
과열 리스크와 현실적 투자 고려 사항
그런데 솔직히 좀 무섭기도 합니다. 월드뱅크처럼 은값이 41달러로 다시 빠질 수 있다고 보는 비관론자들도 있고,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 산업 수요 자체가 급감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슈퍼코어 CPI가 3% 위에서 안 내려온다고는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정말 고착화되는 건지 아니면 서서히 잡히고 있는 건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른 것 같아요. 무엇보다 100달러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뚫은 직후라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도 있고, 중국이 수출 통제를 갑자기 풀어버리면 공급 쇼크 논리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일정도 지연될 수 있는 변수고요.
저는 이번에는 예전처럼 남한테 종목 얘기하고 다니지 않으려고요. 가족 모임에서 투자 이야기 꺼냈다가 '도박이랑 뭐가 다르냐'는 핀잔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지금은 혼자 조용히 공부하면서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은 관련 자산을 유지하되, 몰빵은 절대 안 하겠다는 원칙을 세워뒀습니다. 100달러 돌파가 흥분되는 건 사실이지만, 흥분할 때일수록 냉정하게 리스크를 따져보는 게 결국 오래 살아남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